여러분, 블록체인을 사용하면서 가장 불편한 점이 뭔가요?
"가스비 너무 비싸..." "지갑 주소 기억하기 너무 어려워..." "트랜잭션 서명할 때마다 하나씩 해야 하는 불편함..."
이런 불만들, 저도 너무 공감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안이 2025년 5월 7일 이더리움에 도입되었습니다. 바로 EIP-7702입니다. 이 기술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EIP-7702은 무엇인가?
EIP-7702는 비탈릭 부테린을 포함한 이더리움 핵심 개발자들이 제안한 이더리움 개선 제안(Ethereum Improvement Proposal)입니다. 이 제안의 핵심은 일반 사용자 계정(EOA)에 스마트 컨트랙트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부여하는 새로운 트랜잭션 유형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 기존 EOA: 단순히 트랜잭션을 보내고 수신할 수 있는 기본 계정
- EIP-7702 적용 후: 트랜잭션 처리 중에만 스마트 컨트랙트처럼 동작 가능
복잡하게 들릴 수 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저 "더 좋아진 지갑"을 얻는 것과 같습니다.
배경: 왜 이런 제안이 나왔을까?
이 제안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이더리움의 오랜 숙제인 계정 추상화(Account Abstraction) 문제가 있습니다. 이더리움은 크게 두 종류의 계정이 있습니다:
- EOA(Externally Owned Account): 개인 키로 제어되는 일반 사용자 계정
- Contract Account: 코드로 제어되는 스마트 컨트랙트 계정
두 계정 유형의 차이가 사용자 경험에 불편함을 주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계정 추상화입니다.
과거에도 EIP-3074와 ERC-4337 같은 제안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습니다. EIP-3074는 AUTH와 AUTHCALL이라는 새 opcode를 도입해야 했고, ERC-4337은 기존 EOA를 완전히 대체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비탈릭이 단 22분 만에 작성했다는 EIP-7702는 이러한 문제들을 매우 우아하게 해결했습니다.
EIP-7702의 핵심 아이디어
EIP-7702의 핵심은 정말 간단하면서도 혁신적입니다. 트랜잭션 하나에만 임시로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을 EOA에 부여하는 것입니다.
기술적으로 들어가면, EIP-7702는 특정 컨트랙트의 Code 섹션(데이터)을 EOA에게 복사해서 부여하는 메커니즘을 사용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EIP-7702 자체만으로는 사실 그렇게 많은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단지 "EOA에 코드를 넣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 열어준 것이죠.
그런데 이 EIP-7702가 ERC-4337(계정 추상화의 또 다른 표준)과 결합되면 진정한 혁신이 시작됩니다.
1. 사용자가 트랜잭션에 contract_code 필드를 추가 (EIP-7702)
2. 이 코드에는 ERC-4337의 기능들이 포함됨
3. 트랜잭션 실행 중에만 EOA가 해당 코드를 실행
4. 트랜잭션이 완료되면 원래 상태로 복귀
제가 이 기술을 처음 이해했을 때는 상당히 놀랐습니다. 지갑 개발 과정에서 고민하던 문제들이 한 번에 해결되는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EOA의 보안성과 편의성은 유지하면서도, 스마트 컨트랙트의 유연성과 기능성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저는 테스트넷에서 이 기능을 실험해봤는데, 결과에 만족했습니다. EOA와 스마트 컨트랙트의 경계가 흐려지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니 기술의 잠재력이 더 명확하게 다가왔습니다.
EIP-7702 이전의 현실: 두 세계 사이의 딜레마
EIP-7702가 왜 그렇게 혁신적인지 이해하려면, 우리가 그동안 무슨 고민을 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사실, ERC-4337(Account Abstraction, AA)에서도 가스비 대신 납부나 트랜잭션 배치 같은 기능은 이미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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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이동의 번거로움: 기존 EOA를 사용하던 사람이 AA의 장점을 누리려면 EOA에서 AA 주소로 모든 자산을 이동해야 했습니다. 자산 이동은 가스비가 들고, 실수할 위험도 있어 사용자에게 부담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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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이중관리 문제: 두 지갑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실제로 매우 불편합니다. 어떤 자산이 어느 지갑에 있는지 계속 확인해야 하는 혼란이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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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체인 평판 분산: Web3에서는 주소가 곧 '온체인 아이덴티티'입니다. 새 AA 주소로 옮기면 그동안 쌓아온 모든 온체인 활동 기록과 평판이 분산되어 버립니다.
서비스 개발자 입장에서는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겪었던 일인데,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유저들이 두 타입으로 나뉘었습니다:
- 기존 Web3 유저: EOA를 주로 사용하는 크립토 베테랑들
- 신규 유저: AA를 통해 처음 Web3에 입문하는 사람들
이 두 그룹에게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EOA 유저를 위한 기능을 만들면 AA 유저에게는 적용이 안 되고, AA 유저를 위한 UX를 개선하면 EOA 유저는 그 혜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코드베이스가 두 배로 늘어나고, QA 테스트도 두 배, 유저 지원도 두 배가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종류의 지갑을 사용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자주 했던 기억이 납니다.
EIP-7702가 등장하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EOA를 사용하는 유저도 AA의 장점을 누릴 수 있고, 서비스 개발자는 두 유저층 모두에게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게 가져올 변화들 (EIP-7702와 ERC-4337의 시너지)
EIP-7702와 ERC-4337이 함께 작동할 때 우리는 어떤 이점을 얻게 될까요? 이 두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진정한 혁신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1. 트랜잭션 배치 처리
여러 개의 트랜잭션을 하나로 묶어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토큰 거래 시 '승인(approve)'과 '교환(swap)'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기능을 테스트해봤는데, 사용자 경험이 확실히 개선되었습니다.
2. 가스비 대신 지불하기
다른 사람이 내 트랜잭션 가스비를 대신 지불할 수 있게 됩니다. 이더가 없는 신규 사용자도 이더리움을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는 중요한 변화입니다. 친구들에게 크립토를 소개할 때마다 "이더를 먼저 구매하고 전송해야 한다"는 설명이 큰 장벽이었습니다.
3. ERC-4337 호환성
EIP-7702는 단독으로는 큰 효과가 없습니다. "EOA에 코드를 넣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 열어줄 뿐입니다. 하지만 계정 추상화의 기반이 되는 ERC-4337과 결합하면 이더리움의 계정 경험을 통합적이고 유연하게 만들어 줍니다.
제가 테스트해본 바로는, EIP-7702로 EOA에 ERC-4337의 Account 로직을 주입하면 일반 EOA가 스마트 지갑처럼 동작하기 시작합니다. 기존 계정의 모든 자산과 기록을 유지하면서도 고급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잠재적 문제점과 한계
물론 모든 기술이 그렇듯 EIP-7702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 중앙화 위험성: 스마트 컨트랙트의 중앙화 위험은 계정 추상화가 발전하면서 계속 존재할 것입니다.
- 구현의 복잡성: 개발자들이 다양한 표준을 채택할 경우 생태계 단편화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코드 신뢰성: 임시로 부여되는 스마트 컨트랙트 코드는 신뢰할 수 있어야 하며, 현재 제안에는 코드 해지 방안에 대한 세부 사항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미 진행 중인 현실
놀랍게도, EIP-7702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올해 5월 7일에 이더리움의 Pectra 업그레이드가 실제로 메인넷에 적용되었고, EIP-7702도 함께 활성화되었습니다.
여러 지갑이 이 기능을 구현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보수적인 이미지였던 메타마스크까지도 'Smart Account'라는 이름으로 EIP-7702를 지원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Trust Wallet 같은 다른 지갑들도 빠르게 이 기능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기술을 도입한 지갑들은 다음과 같은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가스비를 USDC로 지불하는 기능
- 여러 트랜잭션을 한 번에 처리하는 배치 기능
- AI 에이전트가 지갑을 관리할 수 있는 기능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도입되고 있습니다.
EIP-7702의 미래: 어떻게 발전할까?
EIP-7702는 이미 이더리움 메인넷에 적용되었지만, 아직 많은 개발이 필요합니다. 특히 대부분의 dApp들이 이 기능을 완전히 지원하려면 수개월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Ledger 같은 하드웨어 지갑들은 보안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화이트리스트에 등록된 감사받은 스마트 컨트랙트만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안전하게 도입하려는 움직임인데, 이런 점도 널리 활용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지켜본 바로는, 기술 도입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항상 빠르게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개발자들이 이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입니다.
개인적인 생각
개인적으로는 EIP-7702가 블록체인의 사용자 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블록체인 초보자들에게 가장 큰 장벽인 복잡한 지갑 관리와 가스비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스테이블 코인이 강하게 주목받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EIP-7702는 전통 결제 시스템과의 연동에 큰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보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낮은 수수료와 실시간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인데, EIP-7702를 통해 이런 장점을 일반 사용자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이 급속도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전통적인 결제 시스템의 수수료가 1.5~3% 수준인 반면,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한 결제는 이보다 훨씬 낮은 수수료로 가능합니다. EIP-7702를 통해 가스비 대신 지불하기, 트랜잭션 배치 처리 같은 기능이 활성화되면, 이런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테이블 코인과 EIP-7702, 그리고 ERC-4337의 결합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서는 다음 블로그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결론
EIP-7702는 단순한 기술적 변화가 아닙니다. 그 자체로는 "EOA에 코드를 넣을 수 있다"는 단순한 기능이지만, ERC-4337과 결합하면 이더리움의 대중화를 앞당길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계정 추상화의 미래를 여는 열쇠로서, 블록체인의 사용자 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두 기술의 조합이 블록체인의 대중화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술이 나왔어요"라고 대중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그냥 사용자 경험이 좋아지는 것을 체감하게 될 테니까요. 좋은 기술은 설명이 필요 없다고 하잖아요.
다음 글에서는 EIP-7702와 ERC-4337의 시너지, 그리고 스테이블코인과의 결합이 가져올 파급력에 대해 더 자세히 파헤쳐 보겠습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