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P-7702: 이더리움의 게임 체인저가 온다

2025년 5월 16일

여러분, 블록체인을 사용하면서 가장 불편한 점이 뭔가요?

"가스비 너무 비싸..." "지갑 주소 기억하기 너무 어려워..." "트랜잭션 서명할 때마다 하나씩 해야 하는 불편함..."

이런 불만들, 저도 너무 공감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안이 2025년 5월 7일 이더리움에 도입되었습니다. 바로 EIP-7702입니다. 이 기술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EIP-7702은 무엇인가?

EIP-7702는 비탈릭 부테린을 포함한 이더리움 핵심 개발자들이 제안한 이더리움 개선 제안(Ethereum Improvement Proposal)입니다. 이 제안의 핵심은 일반 사용자 계정(EOA)에 스마트 컨트랙트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부여하는 새로운 트랜잭션 유형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 기존 EOA: 단순히 트랜잭션을 보내고 수신할 수 있는 기본 계정
  • EIP-7702 적용 후: 트랜잭션 처리 중에만 스마트 컨트랙트처럼 동작 가능

복잡하게 들릴 수 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저 "더 좋아진 지갑"을 얻는 것과 같습니다.

배경: 왜 이런 제안이 나왔을까?

이 제안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이더리움의 오랜 숙제인 계정 추상화(Account Abstraction) 문제가 있습니다. 이더리움은 크게 두 종류의 계정이 있습니다:

  1. EOA(Externally Owned Account): 개인 키로 제어되는 일반 사용자 계정
  2. Contract Account: 코드로 제어되는 스마트 컨트랙트 계정

두 계정 유형의 차이가 사용자 경험에 불편함을 주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계정 추상화입니다.

과거에도 EIP-3074와 ERC-4337 같은 제안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습니다. EIP-3074는 AUTH와 AUTHCALL이라는 새 opcode를 도입해야 했고, ERC-4337은 기존 EOA를 완전히 대체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비탈릭이 단 22분 만에 작성했다는 EIP-7702는 이러한 문제들을 매우 우아하게 해결했습니다.

EIP-7702의 핵심 아이디어

EIP-7702의 핵심은 정말 간단하면서도 혁신적입니다. 트랜잭션 하나에만 임시로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을 EOA에 부여하는 것입니다.

기술적으로 들어가면, EIP-7702는 특정 컨트랙트의 Code 섹션(데이터)을 EOA에게 복사해서 부여하는 메커니즘을 사용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EIP-7702 자체만으로는 사실 그렇게 많은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단지 "EOA에 코드를 넣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 열어준 것이죠.

그런데 이 EIP-7702가 ERC-4337(계정 추상화의 또 다른 표준)과 결합되면 진정한 혁신이 시작됩니다.

1. 사용자가 트랜잭션에 contract_code 필드를 추가 (EIP-7702)
2.  코드에는 ERC-4337의 기능들이 포함됨
3. 트랜잭션 실행 중에만 EOA가 해당 코드를 실행
4. 트랜잭션이 완료되면 원래 상태로 복귀

제가 이 기술을 처음 이해했을 때는 상당히 놀랐습니다. 지갑 개발 과정에서 고민하던 문제들이 한 번에 해결되는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EOA의 보안성과 편의성은 유지하면서도, 스마트 컨트랙트의 유연성과 기능성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저는 테스트넷에서 이 기능을 실험해봤는데, 결과에 만족했습니다. EOA와 스마트 컨트랙트의 경계가 흐려지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니 기술의 잠재력이 더 명확하게 다가왔습니다.

EIP-7702 이전의 현실: 두 세계 사이의 딜레마

EIP-7702가 왜 그렇게 혁신적인지 이해하려면, 우리가 그동안 무슨 고민을 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사실, ERC-4337(Account Abstraction, AA)에서도 가스비 대신 납부나 트랜잭션 배치 같은 기능은 이미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1. 자산 이동의 번거로움: 기존 EOA를 사용하던 사람이 AA의 장점을 누리려면 EOA에서 AA 주소로 모든 자산을 이동해야 했습니다. 자산 이동은 가스비가 들고, 실수할 위험도 있어 사용자에게 부담이 되었습니다.

  2. 지갑 이중관리 문제: 두 지갑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실제로 매우 불편합니다. 어떤 자산이 어느 지갑에 있는지 계속 확인해야 하는 혼란이 발생합니다.

  3. 온체인 평판 분산: Web3에서는 주소가 곧 '온체인 아이덴티티'입니다. 새 AA 주소로 옮기면 그동안 쌓아온 모든 온체인 활동 기록과 평판이 분산되어 버립니다.

서비스 개발자 입장에서는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겪었던 일인데,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유저들이 두 타입으로 나뉘었습니다:

  • 기존 Web3 유저: EOA를 주로 사용하는 크립토 베테랑들
  • 신규 유저: AA를 통해 처음 Web3에 입문하는 사람들

이 두 그룹에게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EOA 유저를 위한 기능을 만들면 AA 유저에게는 적용이 안 되고, AA 유저를 위한 UX를 개선하면 EOA 유저는 그 혜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코드베이스가 두 배로 늘어나고, QA 테스트도 두 배, 유저 지원도 두 배가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종류의 지갑을 사용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자주 했던 기억이 납니다.

EIP-7702가 등장하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EOA를 사용하는 유저도 AA의 장점을 누릴 수 있고, 서비스 개발자는 두 유저층 모두에게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게 가져올 변화들 (EIP-7702와 ERC-4337의 시너지)

EIP-7702와 ERC-4337이 함께 작동할 때 우리는 어떤 이점을 얻게 될까요? 이 두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진정한 혁신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1. 트랜잭션 배치 처리

여러 개의 트랜잭션을 하나로 묶어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토큰 거래 시 '승인(approve)'과 '교환(swap)'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기능을 테스트해봤는데, 사용자 경험이 확실히 개선되었습니다.

2. 가스비 대신 지불하기

다른 사람이 내 트랜잭션 가스비를 대신 지불할 수 있게 됩니다. 이더가 없는 신규 사용자도 이더리움을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는 중요한 변화입니다. 친구들에게 크립토를 소개할 때마다 "이더를 먼저 구매하고 전송해야 한다"는 설명이 큰 장벽이었습니다.

3. ERC-4337 호환성

EIP-7702는 단독으로는 큰 효과가 없습니다. "EOA에 코드를 넣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 열어줄 뿐입니다. 하지만 계정 추상화의 기반이 되는 ERC-4337과 결합하면 이더리움의 계정 경험을 통합적이고 유연하게 만들어 줍니다.

제가 테스트해본 바로는, EIP-7702로 EOA에 ERC-4337의 Account 로직을 주입하면 일반 EOA가 스마트 지갑처럼 동작하기 시작합니다. 기존 계정의 모든 자산과 기록을 유지하면서도 고급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잠재적 문제점과 한계

물론 모든 기술이 그렇듯 EIP-7702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1. 중앙화 위험성: 스마트 컨트랙트의 중앙화 위험은 계정 추상화가 발전하면서 계속 존재할 것입니다.
  2. 구현의 복잡성: 개발자들이 다양한 표준을 채택할 경우 생태계 단편화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3. 코드 신뢰성: 임시로 부여되는 스마트 컨트랙트 코드는 신뢰할 수 있어야 하며, 현재 제안에는 코드 해지 방안에 대한 세부 사항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미 진행 중인 현실

놀랍게도, EIP-7702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올해 5월 7일에 이더리움의 Pectra 업그레이드가 실제로 메인넷에 적용되었고, EIP-7702도 함께 활성화되었습니다.

여러 지갑이 이 기능을 구현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보수적인 이미지였던 메타마스크까지도 'Smart Account'라는 이름으로 EIP-7702를 지원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Trust Wallet 같은 다른 지갑들도 빠르게 이 기능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기술을 도입한 지갑들은 다음과 같은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가스비를 USDC로 지불하는 기능
  • 여러 트랜잭션을 한 번에 처리하는 배치 기능
  • AI 에이전트가 지갑을 관리할 수 있는 기능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도입되고 있습니다.

EIP-7702의 미래: 어떻게 발전할까?

EIP-7702는 이미 이더리움 메인넷에 적용되었지만, 아직 많은 개발이 필요합니다. 특히 대부분의 dApp들이 이 기능을 완전히 지원하려면 수개월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Ledger 같은 하드웨어 지갑들은 보안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화이트리스트에 등록된 감사받은 스마트 컨트랙트만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안전하게 도입하려는 움직임인데, 이런 점도 널리 활용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지켜본 바로는, 기술 도입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항상 빠르게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개발자들이 이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입니다.

개인적인 생각

개인적으로는 EIP-7702가 블록체인의 사용자 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블록체인 초보자들에게 가장 큰 장벽인 복잡한 지갑 관리와 가스비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스테이블 코인이 강하게 주목받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EIP-7702는 전통 결제 시스템과의 연동에 큰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보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낮은 수수료와 실시간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인데, EIP-7702를 통해 이런 장점을 일반 사용자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이 급속도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전통적인 결제 시스템의 수수료가 1.5~3% 수준인 반면,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한 결제는 이보다 훨씬 낮은 수수료로 가능합니다. EIP-7702를 통해 가스비 대신 지불하기, 트랜잭션 배치 처리 같은 기능이 활성화되면, 이런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테이블 코인과 EIP-7702, 그리고 ERC-4337의 결합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서는 다음 블로그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결론

EIP-7702는 단순한 기술적 변화가 아닙니다. 그 자체로는 "EOA에 코드를 넣을 수 있다"는 단순한 기능이지만, ERC-4337과 결합하면 이더리움의 대중화를 앞당길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계정 추상화의 미래를 여는 열쇠로서, 블록체인의 사용자 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두 기술의 조합이 블록체인의 대중화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술이 나왔어요"라고 대중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그냥 사용자 경험이 좋아지는 것을 체감하게 될 테니까요. 좋은 기술은 설명이 필요 없다고 하잖아요.

다음 글에서는 EIP-7702와 ERC-4337의 시너지, 그리고 스테이블코인과의 결합이 가져올 파급력에 대해 더 자세히 파헤쳐 보겠습니다.


참고 자료: